하지 않아도 가능해졌다… 새로운 인간의 탄생
하지 않아도 가능해졌다… 새로운 인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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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동성커플 김세연·김규진 부부와 킴·백팩 부부가 2023년 7월1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 글은 실화가 아닌 상상을 바탕으로 쓴 픽션입니다.
“우욱” 헛구역질을 했다. 최근 내 몸 상태는 영 이상했다. 평소 회를 즐겨 먹는 나이지만, 요즈음 회만 보면 속이 비릿한 것이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통 좋아하지 않던 신 레몬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이거 완전 입덧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비혼, 비연애, 비성관계를 선언하고 남성과 섹스를 안 한 지 3년이 다 돼가기 때문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갸우뚱만 하다 임신테스트기를 산 것은, “너 예수 미소금융서민대출
품은 거 아냐?”라며 장난스레 말하던 나의 동거인 B가 생리를 두 달째 안 하는 거면 임신 테스트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진지하게 조언을 건넸을 때다. 결과는 두 줄. 틀림없이 선명한 두 줄이었다.
내가 성모 마리아처럼 수태고지의 대상?
“3년간 성관계 경험이 없으시다고요?” “네….” “요 몇 달간 기억이 끊겼던 영세민전세자금대출자격조건
적이나 인사불성으로 취했던 적은요? 남성과 술자리에 함께했던 적도 없으세요?” “네…, 애초에 제가 술을 못해서요. 술자리에 가도 물만 마셔요.” 의사 선생님 또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씁…”만 연발했다.
“저… 혹시 제가 예수를 임신한 걸까요?” 의사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냐며 깔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뭐…, 은행대출 갈아타기
짚이는 것도 없으니 유전자 검사라도 해보죠”라고 했다. 며칠 뒤 산부인과에서 연락을 받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되시는 대로 얼른 내원 부탁드려요.” 의사 선생님은 충격적인 말을 건넸다. 엄마 유전자와 아기 유전자가 100% 일치한다고 했다. “무성생식. 그러니까 아기가 엄마의 복제인간이에요. 도마뱀 같은 다른 종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kb미소금융재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전세계가 뒤집어졌다. 의사는 인간 최초로 무성생식으로 임신한 나를 학계에 발표했다. 그런데 이 현상이 비단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마리아의 재림이네, 인간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네, 이런 얘기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나와 같이 무성생식으로 자신의 복제인간을 임신한 여성이 우후죽순 전국 대출받고자
각지에서 등장했다.
특이한 점은 이 여성들이 하나같이 비혼주의자, 무성애자 혹은 레즈비언과 같이 남성과 교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진화학계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그들은 진화의 현장 속에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비혼·비연애·비성관계 여성이 늘고, 성적 지향의 다양성이 존중되며 남성과의 교제가 강요되지 않는 주식담보대출금리
사회가 도래해, 인간종이 남성과 여성의 섹스에 의한 번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의 번식이 필요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성과 접촉하지 않는 여성들이 무성생식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됐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었다.
나와 같이 복제인간을 낳은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는 우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계산해주세요 영어
아이란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를 통해서만 출산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올바른 일이었다. 정상 가족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과 그에 따른 출산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아이를 내 혼외 자식으로 등록할 수는 있었지만, 내 동거인 B까지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었다. 나와 B가 함께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와 B를 “엄마”라고 부르는데도 말이해외신용불량자
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무례와 폭력
아이가 자랄수록 나는 내 복제인간 자식에게 걷잡을 수 없이 거대한 모성애를 느꼈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큰 호감을 느낀다고 하던가. 내 아이는 그냥 자식이 아니었다. 나와 100%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나의 복제인간이었고, 내 젊은 시절 모습이었다. 나와 동일한 객체가 나와sbi저축은행 대출
동일하지 않은 취급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분통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은 레즈비언 커플에게 더 가혹했다. 그들은 나보다 더 가정을 꾸리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무성생식이긴 하지만, 그들은 서로 섹스를 했고 사랑을 했고 그리고 아이를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식으로 인정했다. 마냥 생물학적 모 혼자 낳은 복제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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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성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사회 변화에 따른 생물학적 진화를 반영하지 않는 제도란 얼마나 뒤처진 것인지, 우리는 그런 날들을 견디고 있다.
허서윤 graceleo0820@naver.com
선정하며- 내 복제인간이 생긴다면?
조지 오웰이 ‘1984’를 쓴 건 1948년이었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세계 최초 사회주의 국가인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의 탄생을 환영했고, 동경했다. 그러던 그가 소련 체제를 비판하기 시작한 건 “스탈린 체제가 전체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1984’의 집필 배경이다.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아는 사람은 없다. 원자폭탄이 발명됐을 때, 인터넷이 구축됐을 때,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겼을 때 인류는 매번 똑같은 구도의 논쟁을 벌인다. 재미있는 건 미래에 관한 그들의 논쟁이 결국 현재(현실)를 둘러싼 평가라는 점이다. 미래를 예측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에 관해 말하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기술이 생겨날 때마다 패권국가와 초국적 대자본의 독점 가능성과 빈부 격차의 극단화, 소수자와 약자의 소외 가능성을 공통적으로 끄집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제13차 ‘미지의 소리’ 주제는 ‘내 복제인간이 생긴다면?’이다. 생명윤리와 인간의 본질에 관한 첨예한 주제인 만큼 응모한 글이 많았다. 당선작을 쓴 허서윤씨는 인간 최초로 무성생식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상상했다. 비혼·비연애·비성관계 여성이 늘고 성적 지향의 다양성이 존중되며 남성과의 교제가 강요되지 않자, 인간종이 남성과 여성의 섹스에 의한 번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번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성과 접촉하지 않는 여성들이 무성생식을 하는 방향으로 인류가 진화하는 스토리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진 글이다. 미래 예측이지만, 결국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인들이 읽어야 할 글이다.
김창석 한겨레교육 미디어아카데미 강사
다음 주제: 내게 가장 필요한 ○○ 전문 인공지능(AI)
분량: 원고지 10장(2천 자) 안팎
마감: 2025년 6월22일 밤 12시
발표: 제1570호
문의·접수: leejw@hani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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